이혁상 교수팀, 국내 최초 절제 불능 간암환자 간이식 성공
지금은 편안하고 안전하고 수익만을 쫓는 시대 탓에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 수술을 많이 하는 과들이 비인기 진료과로 전락(?)했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외과는 의료계의 발전을 이끌어가고 있는 최고의 진료과이다. 백병원의 시초가 백인제외과의원이고, 백인제 박사는 일제 강점기부터 6 · 25 이전까지 우리나라 최고의 외과의로 명성을 날렸다. 위암, 간, 담도 외과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했으며, 위 및 십이지장 수술은 최초의 개척자라고 해도 과언 아니다.
이러한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백병원이 외과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것이 바로 1992년 서울백병원 외과 이혁상 교수팀의 ‘국내 최초 성인 간암환자 간이식 성공’이다. 이혁상 교수는 1992년 3월 18일 오후 11시, 8시간 30분에 걸쳐 말기 간경변을 동반한 간 우엽 전체와 좌엽 일부를 점유하고 있는 거대 간암환자의 간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환자는 거부반응이나 간염 재발의 징후를 전혀 보이지 않은 상태로 수술 78일만에 건강하게 퇴원하였다.
IMF, 그리고 일산백병원의 개원
일산프로젝트가 처음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1995년 10월경이었다. 이미 주요 병원들이 인천, 분당, 평촌, 중동 등 서울 근교 신도시지역을 중심으로 대학병원 규모의 신규병원을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었다.
부천, 하남, 일산 등지에 대한 정부의 토지분양공고를 주시하고 신규병원의 입지여건을 타진해보고 있던 중에, 마침 일산신도시 대화동 일대에 입지조건이 우수한 부지를 발견하였다. 일산에는 이미 의료보험관리공단 일산병원과 국립암센터가 시공 중에 있었고 동국대병원도 시공을 예정하고 있었지만, 일산백병원의 수입에 영향을 주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하였다. 또한 일산구를 포함한 고양시는 연평균 인구증가율이 22.8%에 이를 정도로 인구가 급속히 증가한 반면, 1997년까지만 해도 인구 72만의 고양시에 2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은 고작 1개뿐이었다. 이웃 김포시나 파주시의 병원현황은 더 열악하였다. 거기에 일산은 김포공항 및 인천국제공항과도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여 국제적인 교류에 유리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대북 교류가 활성화될 경우 대북 의료지원의 요충지이자 대북 의료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될 여지가 충분했다. 결국 1997년 9월 9일 일산백병원을 착공하였다.
그런데 일산백병원을 착공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설상가상으로 외환위기가 닥쳐 1997년 11월 정부는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금리가 폭등하고 금융기관이 폐쇄되는 등 자금회전에 비상이 걸리게 되었다. 일산백병원도 마찬가지 상황에 직면하여 신규 차입이 중단되고 기존 차입금을 상환하라는 압력까지 잇따랐다. 이로 인해 주위에서는 일산백병원 공사가 중단되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우리는 공사를 강행했다. 우선 조금이라도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주거래업체인 ㈜효성개발이 시공하청업체의 지정을 전담했던 기존 공사 계약방식을 학교법인 인제학원과 직접계약을 맺는 개별공사 계약방식으로 전환하도록 하였다. 당시는 IMF 외환위기로 인해 일반적인 공사현장에서는 공사가 중단되는게 다반사였기 때문에 일산백병원 시공에 참여했던 대부분의 하청업체들은 수익이 나지 않는다 해도 계속 일하고 싶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었다. 법인과 각 업체가 직접 계약하는 이러한 방식은 확실히 효과를 거두어 원가의 30% 이상을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아울러 IMF 외환위기로 인해 사회 전반에 걸쳐 급여가 일시 동결되었기 때문에 병원의 순이익은 오히려 일시 증가하는 효과도 있었다. 또한 은행대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기업평가주식회사에서 시행한 일산백병원 타당성 검토보고서>는 일산백병원의 수익성을 보증하고 있었기 때문에 산업은행으로부터 600억의 차입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결국 모두에게 위기였던 IMF 외환위기 속에서 오히려 백병원은 성공의 초석을 마련하고 있었다.
동북아시아 의료 허브, 해운대백병원 개원
부산의 경우, 부산백병원을 비롯한 부산대, 동아대, 고신대학교 병원 등 주요 대학병원들이 전부 서부산권에 집중되어, 부산의 대표적인 관광지이자 신흥 주거지역인 해운대지역 주민들은 ‘종합병원 유치위원회’까지 만들만큼 대형의료기관 유치를 간절히 원했다. 2010년 3월 25일에 개원한 인제대학교 해운대백병원은 지하4층, 지상16층 규모의 초현식 건물에 1004병상 규모로, 그동안 의료취약지역이었던 동부산권을 비롯해 울산을 포함한 동부 경남권의 의료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