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의료진 칼럼

해운대백병원 의료진 소개, 칼럼, 건강정보를 전해드립니다.


의료진칼럼

[퇴임 인터뷰] 신경과 이병인 교수
  • 등록일2020.10.14

[인터뷰]이병인 교수


1. 뇌전증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평생을 신경과와 뇌전증 분야에 관한 연구와 진료에 몰두하셨습니다. 그간의 성과와 아쉬운 점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제가 미국에서 신경과를 전공한 후에 세부 전문 과목으로 뇌전증학을 선택하였는데, 당시에는 우리나라에 뇌전증 전문의가 없었으므로 우리나라에서 꼭 필요한 분야라고 생각하였습니다. 1984년에 클리블랜드 클리닉에서 뇌전증 전임의 과정을 수료하고 나서 좀 더 많은 경험과 식견을 가지려고 미국 인디아나 대학에서 4년 동안 교수(Faculty)로 근무하면서 뇌전증의 수술적 치료 프로그램을 시작하였고, 뇌전증 병소를 파악하기 위하여 세계 최초로 SPECT 촬영을 수술프로그램에 도입하였습니다. 1988년에 귀국하여 우리나라 최초의 뇌전증 전문 진료 프로그램을 설립하여 뇌전증의 전문적 내과적 치료 및 수술적 치료를 시작하였고, 1996년에는 신경외과, 소아과, 정신과 전문의들과 함께 대한 뇌전증 학회를 설립하였는데, 지금은 약 800여 명의 회원이 가입하고 있는 중견 학회로 성장하였습니다,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아시아대양주 뇌전증 학회를 맡아서 아시아의 뇌전증 퇴치운동을 주도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임상적 수준은 아시아에서는 최상위에 속한다고 할 수 있으나, 기초의학 분야에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들이 많습니다. 또한, 우리나라는 뇌전증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매우 심하여서 많은 환자가 병이 있다는 것을 숨기고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사회적으로도 많은 불이익을 받고 있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많은 노력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이를 위하여 수년 전에는 「간질」을 「뇌전증」으로 개명하였고, 최근에는 학회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뇌전증 협회와의 공조 아래, 뇌전증 지원센터가 설립되어 향후 뇌전증 환자들을 위한 사회적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아직도 대부분의 최신 진료 프로그램들이 서울을 중심으로 하여 전개되고 있어서 지방에 계시는 환자분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는 느낌입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방 자치단체와 의료기관들에서 이 분야에 관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 2015년 10월부터 5년간 해운대백병원에서 근무하셨습니다. 부산 그리고 해운대백병원에 대한 감회는 어떠신지요?


 


그동안 서울에서만 살다가 부산에 내려와서 처음 느낀 것은 『정말 부산이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곳이다』 하는 것입니다. 또한, 해운대백병원의 입지적 조건은 전국적으로도 최상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우리 병원의 신경과는 정말 젊고, 활발하고, 역동적인 과라고 생각합니다. 김성은 전 과장과 신경진 과장의 헌신적인 노력과 열정으로 한강 이남에서는 가장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과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발전 과정에 동참할 수 있게 되어 너무 보람 있고 행복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어느새 5년이 지나서 되돌아보니까, 저 자신이 이러한 분위기에서 젊은 Faculty로 되돌아갔던 느낌이었고, 저에게 기대했던 역할도 어느 정도는 달성한 것 같아서 큰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3. 부산에 계시는 동안 뇌전증 환자의 ‘해운대 7중 교통사고’ 등 여러 가지 일도 많았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나 환자분이 있으시면 알려주십시오.


 


해운대백병원에서 근무를 시작하면서 과거 서울에서 제가 진료를 했던 대부분의 부산·경남지역의 환자들을 이곳에서 만나게 되었고, 서울과 전라도 지역에 계시는 분들도 이곳으로 내원하게 되어서 환자들에게 매우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최근 수년 동안 뇌전증 환자들의 자동차 사고가 여러 번 보도되면서 심각한 이슈가 되었는데, 제일 중요한 것은 환자들에 대한 교육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뇌전증의 특성은 대부분 환자들이 발작이 있는 동안에 의식을 잃어버리기 때문에 자신이 어떠한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서 모른다는 것이고, 따라서 병의 심각성에 대한 개념을 갖기가 어렵다는 데에 있습니다. 특히 문제는 복용 약제의 순응도인데, 오랫동안 발작이 없게 되면, 약제의 복용을 소홀히 하게 되어 결국 발작의 재발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에 대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해운대 교통사고의 비극도 당일 운전자가 아침 약을 복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운전이나 활발한 사회적 활동을 하는 환자들의 경우는 약제의 복용을 철저히 해야 합니다. 또한, 약제를 복용하여도 간혹 발작이 재발하는 경우에는 절대로 운전을 해서는 안 됩니다.


어느새 5년이 지나게 되니, 많은 환자를 보게 되었고, 기억에 남는 환자들도 많습니다마는, 과거에 다른 병원에 다니면서 발작이 재발했던 환자가 이곳에 다니면서 발작이 완전히 조절되어 기뻐하는 모습, 또 거의 매일 발작을 계속하던 분이 수술적 치료를 통하여 발작이 더는 재발하지 않는 경우 등이 있었습니다.


14세 된 여자아이가 있었는데, 어렸을 때부터 발작이 재발하고 정신지체도 동반되어 있었던 경우였는데, 유전자 분석을 통해, 드라베 증후군(Dravet syndrome)으로 확진이 되고 이에 대한 약제를 적절하게 처방하여 발작이 완전히 조절되었던 경우인데, 아이가 발작을 안 하니까 가족 간의 대화나 관계가 크게 호전되어서, 엄마의 얼굴에 밝은 미소가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4. 해운대백병원 뇌전증센터가 2010년 설립 이후 부산·경남 지역의 대표적인 뇌전증 전문 진료 기관으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더 나아가 더욱 세계적인 뇌전증센터로의 발전을 위한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부산은 우리나라 제2의 도시로써,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경쟁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해운대백병원 뇌전증센터는 영남지역에서뿐만 아니라, 서울과 전국에서 환자들이 찾아오는 전국적인 뇌전증센타로 성장하였습니다. 그러나 아직 장비나 인적 자원에서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노력이 물론 절대적이지만, 이 분야의 발전이 향후 우리 기관의 발전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뇌전증은 진입장벽은 높지만, 매우 부가가치가 높은 전문 분야이고 또한 신경과학 연구의 핵심이 되는 분야로써 대학병원에서는 매우 중요한 대상 질환입니다. 따라서 이 분야의 선도적 위치를 확보하는 것은 지역사회 의료뿐만 아니라, 향후 의과대학과 병원의 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5. 개인적으로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세우고 계십니까? 환자분들이나 함께 일했던 동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은?


그동안 연구와 진료 활동 그리고 교육에 많은 신경을 써왔고, 이제는 좀 휴식이 필요한 시기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동안 쌓아왔던 자료들을 정리하면서 새로운 계획을 세우면서, 경험을 정리한 논문이나 책도 쓰려고 합니다.


이번 퇴임을 하면서, 그동안 저에게 다녔던 환자들을 떠나게 되어서 섭섭하기도 하고 죄송스럽기도 합니다만 함께 일해왔던 믿을 수 있는 동료들이 있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함께 했던 해운대백병원 모든 임상과 및 신경과의 모든 구성원이 저에게는 정말 귀중한 인연이었습니다. 막상 떠나려고 하니 많은 아쉬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저의 인생에서 가장 성숙했던 시기에 해운대백병원과 함께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우리 병원이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하여, 한강 이남에서 가장 명망 있는 의료기관으로 성장할 것을 굳게 믿으면서, 저도 해운대백병원과의 소중한 인연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