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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럼] 노인비만 꼭 체중을 줄여야 하는가 /김태년
  • 등록일2018.11.26

나이 들어 살이 빠지면 흔히 건강과 수명에 적신호가 생긴 것으로 본다. 실제 노인의 체중 감소와 사망률의 상관관계를 보면 체중 감소가 사망률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인지 노년기에 체중감소는 “몹쓸 병에 걸렸다”는 잘못된 믿음까지 낳게 된다. 여기서 간과해선 안 될 부분은 ‘의도적인 체중 감소’와 ‘이유없이 몸무게가 빠지는 것’은 구별해야 한다. 전자는 사망률을 높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개선되는 연구결과도 있고 삶의 질도 좋아진다. 그리고 노인의 체중 증가도 일반 성인과 마찬가지로 비만과 관련한 심혈관 대사질환뿐 아니라 보행 장애 등 근골격계에 나쁜 영향을 주게 된다. 나이에 따라 ‘비만’을 다르게 접근해야 할지 의문이 생긴다.

 

올해부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시행하는 검진에서는 예년과 달리 비만도 판정 용어를 바꾸어 표기하고 있다. 과거에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 BMI)는 18.5~24.9㎏/㎡를 정상A, 18.5 미만과 25~29.9를 정상B(경계), 30 이상을 질환 의심으로 표기했으나 올해부터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맞춰 BMI 18.5 미만을 저체중, 18.5~24.9를 정상, 25~29.9를 과체중으로 구분하고 30 이상을 비만으로 표기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건강검진을 받은 A(73·여)씨는 BMI가 27.8로 지난 검진표에는 ‘정상B’였지만 이제는 ‘과체중’으로 표시된다. 하지만 올해 수정된 대한비만학회의 기준에선 종전대로 BMI 25부터 ‘비만’으로 정의하고 있다. A 씨는 대한비만학회 기준으로 보면 과체중을 넘어 ‘1단계 비만’에 해당된다. 비만으로 인한 사회 경제적 문제가 심화되면서 학회에서도 우리나라 공단 빅데이터와 기존 연구들을 분석해 기준 용어를 일부 수정하여 제시했고, 정부는 정부대로 비만에 대한 국민의 경각심과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용어를 변경했다. 문제는 두 집단의 기준이 달라 노인 비만 관리에 혼선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노인 비만은 성인 비만의 특징과 다르다. 노인 비만은 노화에 따른 신체 구성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나이가 들면서 신장, 근육량이 감소하고 복강, 근육 및 간 등에 지방량이 증가하는 특징이 있다. 이는 체중 및 BMI 변화 없이도 일어난다. 따라서 체중과 BMI만으로 노인의 비만도를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다. 


비만은 조기 사망과 연관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65세 이상의 노인에게 비만이 수명 연장에 오히려 이익이 되는 결과를 보인 연구도 있어 이를 ‘비만의 역설’이라 한다. 이를 근거로 노인의 비만 기준을 중·장년층과 다르게 설정해야 하며, 비만의 기준점을 더 높게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비만의 역설을 과도하게 해석해 노인의 비만이 특별히 건강에 이롭다고 평가하기보다는 노인의 비만도 평가지표의 한계, 생존 효과와 의도하지 않은 체중 감소로 인한 사망률의 증가가 혼재해 나타난 현상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으로 생각한다. 노인의 비만은 괜찮다고 여기기보다는 건강을 위협하는 질환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하지만 노인 비만 환자에게 체중 감소를 유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체중 조절을 하다가 자칫 복합적인 장애, 허약, 근감소 등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노인에게 비만은 많은 질환 및 기능 장애와 연관성을 갖고 있어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다만 노인 비만을 치료할 땐 체중 감량만을 목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환자의 기능적 측면도 함께 고려해야 하고, 다른 만성 질환처럼 개별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체중 감소로 나타날 수 있는 뼈와 근육의 감소를 막을 수 있게 이를 관리하는 과정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노인 인구의 급증과 비만 인구의 증가가 맞물려 향후 노인 비만 유병률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노인의 비만 진단 기준을 정립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인의 비만 치료가 어려운 만큼 주변에서의 지지와 함께 사회적 지원과 대책 또한 마련돼야 할 것이다.


김태년 / 해운대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