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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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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 다녀왔습니다] 외과 이정선 교수
  • 등록일2018.10.10

저는 2017년 9월 1일부터 2018년 8월 14일 까지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국립 암센터 연구소 내 암 발생 전이 연구 과 초빙연구원으로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제가 참여한 연구팀은 항암제내성을 가진 고형 암 세포 주에서 종양줄기세포의 변화와 역할을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유방암은 진단 이후 적절한 치료로 이미 생존율이 높은 암이지만, 일부 젊은 여성이나 항암제 내성을 가진 유방암에서는 여전히 치료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이 연구팀은 주로 항암제 내성 유방암의 종양 줄기세포성에 대한 연구를 설계하고 연구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었으며, 단일 세포 시퀀싱(Single Cell Sequencing)이란 최적화 된 차세대 시퀀싱(NGS) 기술을 사용하여 미세한 세포 환경의 맥락에서 개별 세포의 기능에 대해 규명하고자 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항암제내성이 생긴 유방암 세포를 혈액 및 항암 치료 후 잔존 암 등에서 조기 진단 할 수 있는 표지자를 개발하고자 하였습니다.


매주 있는 회의와 저널미팅, 연구원간의 스터디 모임, 연구소 내 세미나, 유관 연구기관간의 합동심포지엄, 연구소 내 실험실 안전교육 및 문서작성 요령까지 연구자로서 배워야 하는 여러 기술들을 배울 기회가 있었습니다. 대부분 강의가 영어였고, 해외유수 대학 연구자들, 한국인으로 해외에서 각광받는 연구자들, 노벨 수상자들을 매주, 매달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종양학에 대한 일반적인 개념 및 최신 경향, 기술 법들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연수 초기에는 너무 힘이 들어서“ 내가 이러려고 연수를 왔나” 하며 답답함에 울먹일 때도 있었다. 다들 알고 있으나 내게는 익숙하지 않는 분야이고, 나이가 들어 다시 기본개념부터 들추어 보다 보니 성취감은 거의 없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환자를 보고 잠시 스치고 지나가는 궁금증, 아직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 진작 곰곰이 생각하고 임상을 비추어 고민해야 하는 문제들을 적어 보고 찾아보고 물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임상은 물론 이들보다 변화가 느립니다. 하지만 2018년 4월 참여한 미국 암 학회에서 본 연구물들은 과연 실험실과 진료실의 거리가 멀지 않았다는 생각을 더 절실히 하게 되었다. 유방 병리슬라이드를 판독하는 AI, 임상에서 설명되지 않는 종양의 여러 임상행태를 추론하고 설명하는 여러 임상 전 실험들, 한 질병을 넘어서 후생학적 요인들을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하려는 기술의 발전, 빅 데이터가 우리가 알지 못했던 현상을 설명해가는 과정들, 과학자들은 임상으로 걸어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프랑스에 거주하는 희귀 난치 성 아이의 조직을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한 연구소로 보내져 Organoid Culture(오르가노이드 배양)을 통해 유발유전자를 찾고, 이에 맞는 (아직 이 질환에 대한 적응증을 가지지 않은) 기존의 약을 찾아 환자에게 투여하고 환자 경과가 호전되는 사례들을 보면서, 이런 시도들을 의사들이 팔 뻗어 맞아 들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임상의사는 환자개체에 대한 윤리적인 판단을 하는 과정을 조금 더 할 뿐 이런 과정이 현실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또한 내가 있는 시대에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될 것 습니다.


연수가 끝나가니 노안이 심해져서 안경을 바꾸고, 경추와 요추가 아파서 의자와 베개를 바꾸게 되었습니다. 돌아오니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아졌습니다. 그 일들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연수 잘 다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