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UEST

"내 도움이 필요한 환자가 있다면 언제든지 가운을 입을 것이다."
김정룡 교수가 지난 2000년 10월 5일부터 일산백병원 내과(간클리닉)에서 진료를 시작했습니다.
세계 최초 B형간염 예방백신 개발, 사재 32억 출연 간연구소 설립, 4천여명의 외래 예약환자 대기... 매년 2만명 이상이 간 질환으로 숨지고 있고, B형 간염을 비롯한 각종 간 질환자수가 600만명을 육박하고 있는 간질환의 왕국인 우리나라에서 김정룡 교수의 존재는 독보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김정룡 교수는 1984년 B형간염 예방백신을 개발로 10년 전만 해도 전 인구의 10%를 차지했던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자를 4%로 줄여 한국인의 평균수명을 향상시킨 장본인입니다. B형간염을 퇴치하는데 공헌했다는 것이 가장 자랑스러운 일이고, 앞으로도 간 연구에 평생을 바칠 것이라는 김정룡 교수는 우리나라 간염의 역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을 아끼느라 40년간 점심을 굶어가며 연구실과 진료실을 지켜온 김정룡 교수의 일 욕심은 오늘도 일산백병원에서의 환자진료로 이어집니다. 현재 하루 평균 80~100명의 예약환자를 위주로 진료하고 있는 김정룡 교수는 환자를 위한 따뜻한 마음과 성실한 진료로 주위 많은 의료진들의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김정룡 교수 인터뷰
지난 2000년 10월 5일부터 일산백병원에서 진료를 시작한 김정룡 교수 인터뷰 내용입니다. 인터뷰는 2000년 10월 27일(금) 일산백병원에서 있었습니다.
현재 어떻게 지내십니까?
지난 9월31일 서울의대를 정년퇴임 했습니다. ID카드도 반납하고 강단에 설 수도 없지만 환자는 계속 볼 것입니다. 진료는 의사의 영원한 소임이기 때문이죠. 지난 10월5일부터 고문으로 있는 인제대 일산백병원에서 매주 화, 목요일 오전진료, 그리고 서울대병원 간연구소에서 금요일 오후진료를 합니다. 내 도움이 필요한 환자가 있다면 언제든지 가운을 입을 생각이고, 현재 진행중인 C형간염 백신 연구에 모든 시간을 투자할 예정입니다.
간연구소에 대해 이야기 해주세요.
-현재 10명의 스탭과 10명의 연구원이 있습니다. 지난 83년 국산 B형간염 예방백신 「헤파박스」가 보급되면서 로열티로 받은 사재 32억원과 각종 기부금 등 50여억원을 모아 84년 간연구소를 설립했고, 이를 국가에 기증했습니다. 현재 간연구소 소장으로서 C형간염 백신 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84년 B형간염 예방백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는데? 
B형간염 예방백신의 개발은 제가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연구입니다. 제가 간 연구를 에 뛰어든 1970년 초만 해도 B형간염 보균자는 전국민 10명 중 1명 꼴이었습니다. 77년 B형간염 예방백신 개발에 성공, 83년 국산 B형간염 예방백신 「헤파박스」가 보급되면서 B형간염은 급속히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간경화, 간암 환자도 감소했지요. 이제 초등학생 이하에서는 B형간염 보균자가 1%도 채 안되는데 B형간염을 퇴치하는데 공헌했다는 것이 평생을 간연구에 바친 의사의 가장 큰 보람입니다.
현재 C형 간염백신에 관한 연구는 어느 정도까지 진척되었습니까?
현재 연구에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지난해 C형간염 바이러스의 혈청분리 성공했고 현재는 백신 개발의 전초단계인 바이러스 단백질 구조의 규명에 매달리고 있는데, 단백질에 자꾸 변이형이 생겨 고생했습니다. 그래서 핵산을 가지고 다시 연구 중인데 아마 5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출판기념회를 가졌는데?
그동안의 학문적 역량을 집결해 40여명의 교수들과 공동으로 <소화기계 질환>을 출간했고, 또 잘못된 상식과 헛된 소문에 현혹돼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악화시키는 일반인들을 위해 <간박사가 들려주는 간병(肝病) 이야기>을 출판했습니다. 풍부한 임상경험을 통해 간의 역할에서부터 간질환의 징후, 각종 간질환의 특성 및 치료방법, 술과 간, 약과 간질환, 간질환과 다른 장기의 합병증, 건강한 간을 위한 좋은 생활습관, 간질환의 궁금증 문답풀이, 간병 극복기에 이르기까지 마치 진찰실에서 상담을 하듯 쉽게 설명했습니다.
생활 속에서 간질환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간병은 제대로 아는 만큼 잘 낫는 특징이 있으며, 20%의 간세포만 유지하더라도 생명에 지장이 없는 만큼 참을성 있게 병 관리를 해나가는 것이 간질환을 이겨내는 지름길입니다. 10가지 정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쉽게 나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라 좋은 약을 먹지 못하는 것보다 나쁜 약을 한번 잘못 먹는 것이 치명적이다 1년에 한 차례 정도는 정기검사를 받아라 늘 손을 깨끗이 씻고 수건, 칫솔, 물컵, 면도기 등은 자기 것만 사용하라 간염 백신을 맞아라 술을 많이 마셔도 좋으나 최소한 1주일에 3일은 계속 술을 입에 대지 말아라 과도한 흡연은 삼가라 까닭없이 구역질이 나거나 소화가 잘 안되면 검진을 받아라 몹시 피곤하면 무조건 쉬어라 이 약 저 약 쓰지 말라.
금주회(金酒會)는 굉장히 유명한데?
매주 금요일 저널 미팅이 끝나면 인근 대학로 호프집에서 후학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며 토론하는 금주회를 갖는데 이것이 꽤 유명해졌어요. 물론 앞으로도 금주회에 계속 참여할 생각입니다.
술, 담배를 좋아하시죠. 전국의 애주가들이 선생님을 핑계로 과음을 한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요즘도 폭탄주 4∼5잔은 거뜬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자신의 건강상태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알코올 분해능력은 사람에 따라 3배 정도 차이가 나는데 간염에 걸리지 않은 사람은 1주일에 1~2번은 과음해도 간에 크게 무리는 안 됩니다. 적당한 음주는 심장병 예방에도 좋고 스트레스를 푸는 데도 도움이 되지만 자칫하면 과음으로 이어져 몸을 망가뜨리기 쉽습니다.
술을 권하는 문화는 청산되어야 하고, 직장인들이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셔야 한다면 요령이 필요합니다. 술 종류에 관계없이 하루 알코올 섭취량이 80g이 넘으면 간에 병이 생길 수 있습니다. 맥주 1,000cc에는 40g, 소주 360cc, 한병에는 알코올 90g이 들어있습니다. 그러니 하루에 그 이상을 마시면 몸에 들어온 알코올은 완전히 분해되지 않고 간에 손상을 줍니다. 술은 한번에 많이 마시는 것보다 매일 마시는 것이 더 위험합니다. 음주 후에는 최소 3일은 쉬어야 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다면?
숱한 유명인사들을 직접 치료했지만 기억에 남는 환자는 10여년전 간암으로 숨진 평범한 환자입니다. 인천시청 공무원인 이 환자의 남편이 부조금을 모두 모아 간연구소 연구기금으로 출연했는데, 많은 돈은 아니었지만 지금도 그 환자를 잊을 수 없습니다.
가족관계는?
아내와 2남1녀가 있습니다. 정년퇴임을 했으니 가족들과 여행이라도 가야 하지만 연구 때문에 여의치 않습니다. 남편을 환자와 연구에 늘 빼앗기니 아내에게 늘 미안하지요.
선생님이 굉장히 무서운 분으로 알고 있는데?
평소 말하는 것이 직선적이어서 나를 권위적인 사람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것은 연구 결과에 대한 강한 애착 때문이지 실제로 별로 무섭지는 않아요.
후학들에게 들려주는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한 우물을 파라는 것입니다. 인생의 성공도, 건강을 지키는 비결도 한 우물을 파는 것입니다. 즐겁게 일하는 가운데 성취욕을 얻는 사람에게 병마가 침범할 수 있겠습니까. 제 연구실 책상에는 전임강사 시절부터 써온 낡은 현미경이 하나 놓여 있는데 그것은 저의 눈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저는 후학들에게 눈이 잘 보이고 치아가 튼튼할 때 세상을 정확히 보고 자신의 목표에 매진하라고 이야기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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