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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약정보

일산백병원의 전문 의료진들이 약 복용에 관해 알려드립니다.


임신 중인데 약을 먹어도 되나요?

임신 중인데 약을 먹어도 되나요?

대부분의 산모들은 임신 중에는 약을 먹으면 기형아가 나온다는 생각에 약물 복용을 기피하여 웬만히 아픈 것은 참으려고 하고, 약을 먹지 않으면 병이 악화되는 경우조차 태아의 기형을 걱정하여 약 먹기를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임신중 약복용과 기형아 발생 가능성에 대한 생각은 1960년대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란 약을 복용한 산모에서 태어난 아기에서 기형이 증가하였던 사건 이후 공공연히 널리 퍼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오해와 편견들이 임신중 약물치료의 유용성을 지나치게 축소시키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출생시 태아의 약 3%에서 심각한 기형이 발생하는데, 대개는 그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임신중 약물복용은 기형발생의 1% 이하를 차지할 뿐 이다. 따라서 ‘임신중 약복용 = 기형아’라는 단순 개념보다는 산모의 위험 대비 이득을 따져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    


‘임신사실을 모르고 약을 복용하였는데, 어떻게 할까요?’라는 상담이 산모나 의사들에게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 임신중 투여한 약이 태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임신중 복용한 약에 의한 태아의 위험은 투여한 약의 종류와 투여한 시기에 따라 달라지므로, 이에 관해 개인 별로 어떤 약을 어느 시기에 먹었는지에 대하여 면밀한 검토를 하여 태아 위험 상담을 하는 것이 가장 좋겠다.


첫째, 약의 종류나 제제에 따라 태아에 미치는 위험정도가 다른데, 체내 약의 흡수, 대사 방법 및 태반 통과여부 등에 따라 특정약이 태아에게 위험할 수도 안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론만 가지고는 모든 약들의 태아 위험을 명확히 제시할 수 없어, 동물이나 사람에서 특정약 복용 후 기형아가 발생하였는지에 대한 실험 또는 증례를 토대로 위험 정도를 분류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1979년 미국 식품의약청(FDA)에서 임신과 관련된 약품을 A, B, C, D, X군으로 분류하여 제시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비타민처럼 태아에게 해를 주는 것과는 거리가 먼 약들은 A군, 동물에서는 태아위험성이 없지만 사람에서는 아직 연구가 되지 않았거나 동물에서는 위험성이 있으나 사람에서는 위험성이 없었던 약물은 B군, 동물실험 결과, 태아에 대한 위험성이 나타났으나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없는 약물 또는 유용한 동물 실험 및 임상시험이 시행되지 않은 약물은 C군, 태아에 대한 위험이 증명되었으나 산모에 사용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태아에 대한 위험보다 큰 경우는 D군, 인체와 동물 모두에서 태아의 기형이 증명된 약품은 X군으로 분류한다.
그럼, D군이나 X군에 속한 약을 먹은 경우에는 모든 태아에서 기형이 생기는 것일까? 임신부에 대한 FDA 분류 등급은 약 설명서에 적혀 있는 경우가 많아 일반적으로 쉽게 살펴볼 수는 있으나, FDA 분류가 다른 분류에 비하여 부족한 점이 많고 실제 상황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 많아 이것만을 믿고 태아위험을 설명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최근에는 온라인 등에서 다양한 약물정보를 제공하므로 여러 정보를 모두 검토하여 위험정도를 평가하는 것이 좋겠다.


둘째, 약을 복용한 임신의 시기에 따라 위험정도가 다르다. 산모들이 흔히 임신사실을 모르고 약을 먹는 시기인 착상시기(수정 후 2주까지)는 ‘유산되거나 정상이거나(all or none)’’인 시기로, 약에 의해 배아가 손상을 입었으면 유산되고, 임신이 지속된다면 태아의 기형은 발생하지 않는 시기이므로 산모들이 임신 사실을 모른 채 약을 먹었다고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좋겠다. 이후는 배아시기(수정후 3주부터 8주까지, 즉 마지막 월경시작일 기준 5주부터 10주까지)로 태아의 각 장기가 발생하는데 가장 중요한 시기로 이 시기가 기형 발생에 가장 예민한 시기이다. 이후는 태아시기 (수정 9주 이후)로 태아의 장기가 성장하고 발달하는 시기로 이 시기 역시 약에 의해 태아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앞에서 설명하였듯이 어떤 약을 어느 시기에 먹었느냐가 중요한 상담 포인트가 되겠지만, 일반적으로 접하기 쉬운 감기약, 진통제, 비타민, 소화제 등은 대개의 경우 태아의 위험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몇몇 약제에 대하여는 사람에게 기형을 유발하는 것으로 의심되거나 증명된 것들이 있어 임신을 고려하거나 산모에게 처방을 하는 경우에 주의를 하여야 하겠다. 대표적인 제제들로는 알코올, 흡연, 항간질제(carbamazepine, phenytoin), 여드름 치료제(isotretinoin, etretinate), 고혈압 제제 중 ACE 억제제, 항암제, 항생제 중 tetracycline 및 streptomycin, 항응고제(warfarin) 등이 있다.
산모의 질병으로 인해 앞에 언급한 약을 사용하던 경우는 임신 준비 또는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 다른 약제로 바꾸어 치료를 하는 것이 좋겠고, 부득이하게 사용을 하였던 경우에는 태아의 기형에 대하여 산전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좋겠다.


산모도 임신 10개월 동안 자신의 질병에 대하여 정상적인 치료를 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 무조건 약을 안 먹는 것보다는 충분한 상담과 안전한 약을 선택하여 태아와 산모가 모두 건강한 쪽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그러기 전에 또한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여성이라면 술, 담배, 약 등을 함부로 먹지 말고 임신 여부를 확인한 뒤에 약을 먹는 것이 좋겠고, 질병이 있는 여성의 경우에는 질병을 잘 조절한 상태에서 임신을 하는 것이 좋겠다.

임신 사실을 모르고 약을 먹었을 경우에는 산부인과 의사와 상의하여 태아의 위험에 대하여 충분히 상담을 하는 것이 좋겠고, 단순히 약을 먹었다는 사실만 가지고 유산을 선택하지는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