仁濟靑年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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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인제청년상 심사평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인제청년상은 지원자들의 경험과 사유를 표현하는 소재의 측면에서 상당한 확장을 경험했다. 응모자들은 자신이 관심을 갖는 소재를 화해와 조화라는 인제청년상의 주제에 여러 가지 방식으로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일베, 방사능, NLL 사건, 소년범죄, 사이코패스, 학문후속세대 담론, 힐링 담론, 서울대 본부점거와 촛불집회 등 자신의 체험이나 문제의식에 가깝게 닿아있는 소재를 반성의 출발점으로 삼는 작품이 이전보다 많아졌다. 이러한 소재의 선택은 화해와 조화를 먼 곳에서 찾기보다 우리가 가까이 경험하는 현실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체험과 반성을 타인과 깊이 소통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적절히 승화시키지 않으면 공감과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해야 할 것 같다. 물론 1, 2회 수상작의 주제나 형식을 지나치게 의식한 것으로 보이는 작품도 많이 투고되었다. 하나의 문학작품을 분석하면서 생태적 삶이나 타자에 대한 반성을 이끌어가는 방식의 논의나, ‘기억’을 소재로 한 작품, 전형적인 학술논문 형식의 글 등도 꾸준히 투고되고 있다. 기존 수상작과 형식적으로 유사한 글쓰기나 학술논문이라는 형식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의 형식을 지나치게 참고한 나머지 본인이 정작 하고 싶은 말을 하기보다 기존의 틀이 허락하는 수준에 머무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이것은 자신의 체험을 소재로 한 글들이 체험을 담아내기에 적당한 형식을 스스로 찾아가는 경향과 비교하면 적지 않은 약점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작품에서는 전체적으로 지원자가 하고 싶은 말과 할 수 있는 말 사이에 일정한 간격이 있고, 이 간격이 잘 여며지지 못한 채 논의가 마무리된다는 인상을 받았다. 분석을 위해 가져오는 개념적 틀이나 이론을 충분히 소화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지 않으면, 정말 하고 싶은 논의와 이론적 분석의 결과가 서로 조금씩 어긋나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짐작한다.

심사위원들은 개인의 체험과 반성을 공감할 수 있는 통찰로 끌어올린 우수한 글들을 수상작으로 선정하면서, 안타깝게도 인제청년상 대상이 기대하는 수준의 글은 발견할 수 없어서 이번에는 대상작을 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상작을 선정하지 못한 아쉬움이 청년들에게 여전히 큰 기대를 하고 있다는 뜻으로 이해되기를 바랄 뿐이다. 인제청년상이 지원자들에게 기대하는 것이 약간 모순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인제청년상의 취지에 부합하는 문제의식이나 주제를 적절하게 드러내주는, 가능하면 진부하지 않은 소재를 잡아야 하고, 청년의 열정과 진정성을 보여주는 체험도 들어있으면 좋겠고, 그 체험을 반성적으로 소화해서 공감을 얻을 정도의 보편성을 확보해야 하고, 글쓰기 형식상의 자유를 잘 활용해서 이 모든 것을 진정으로 소화했음을 보여주어야 하니 말이다. 이런 요구들을 적어도 부분적으로 훌륭하게 소화한 글을 우수상 및 장려상으로 선정하였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 좋은 글을 투고했지만 아쉽게 수상하지 못한 많은 청년들에게 이미 그 도전만으로 칭찬받을 만하다고 격려해주고 싶다.

우수상으로 선정된 김종학의 <건축과 장소, 잃어버린 '우리'를 이야기하다>는 건축학도로서 동대문과 두산타워라는 공간을 반성의 소재로 삼고 있는 점이 참신했다. 공간의 정신(genius loci)을 주제로 공간이 단순한 물리적 장소가 아니라 한 집단의 기억과 정신을 담고 있는 담지자임을, 그래서 과거와의 화해를 가능하게 하는 매개체임을 주로 이탈리아의 사례와 비교해서 논의하고 있다. 문제의식이나 자료 조사와 준비, 논의 전반에서 청년다운 패기와 열정을 읽을 수 있었다. 설득력 있는 통찰이 민족의 정체성이라는 담론을 동원하면서 불필요한 오해에 노출되고 있는 점이 아쉽지만, 인제청년상을 제정하게 한 ‘화해’라는 주제가 이 작품이 보여준 폭과 깊이만큼 확장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다른 우수상 선정작인 김학준의 <차가운 열광: 일베의 감정동학>은 최근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된 한 인터넷 사이트의 분석을 통해 후기 근대적 사회의 징후를 읽어내려는 시도를 담고 있다. 이 인터넷 사이트에서 만날 수 있는 혐오발화 뒤에 있는 감정사회학적 기제가 무엇인지 분석하면서, 이러한 문제가 무시해도 좋을 소수의 일탈이 아니라 진지하게 성찰해야 할 대상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문제의 분석과 진단에 비하면 제안하는 대안이 큰 설득력을 갖추지 못한 것이 약점이지만,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을 하되 학술적 글쓰기의 형식에 매여 있었다면 쉽지 않았을 논의를 비교적 자유로운 에세이 형식 속에서 성공적으로 펼치고 있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장려상으로 선정된 최나래의 <소통과 강화를 통한 사회통합: 노숙인을 위한 사회적 기업 ‘빅이슈’를 중심으로>는 자신의 체험을 중심으로 사회적 기업의 의미를 결사체 민주주의라는 이론적 틀까지 연결시키는 글이다. 노숙인을 도운 체험과 인터뷰 등의 기록은 청년상의 취지에 잘 부합하는 진정성과 열정을 보여준다. 자신의 체험을 이론화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말과 분석을 위해 동원하고 있는 개념적 틀 사이의 괴리가 느껴지지만, 사회통합의 문제를 이렇게도 접근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만큼 우리의 시야를 넓혀주는 글임에 틀림없다.

다른 장려상 선정작인 명수민의 <이해, 세계에 편안히 거주하기>는 자신의 체험적 전망 안에서 ‘이해’가 부딪히는 다양한 층위의 문제들에 접근하는 글이다. 통계숫자로 증명되는 교육과 연구에 대한 체계적인 생산, 관리가 실존적인 이해에 큰 보탬이 되지 않는 상황을 자기의 목소리로 분석하고 있는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논증을 위해 동원한 자료와 이론들이 글의 지향을 잘 담아낼 정도로 적절하게 사용된 것인지, 역으로 정작 하고 싶은 말이 논의를 통해 깊이를 얻기보다 많은 개념과 이론적 틀 속에서 조금씩 희석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의문이 없지 않지만, 자신의 학술적 체험을 보다 넓은 틀에서 소통과 공감의 통찰로 승화시킨 점은 높이 살만하다.

또 다른 장려상으로 선정된 김진천의 <아파트의 변화에서 사라진 것들>은 고층 아파트와 투신자살의 상관성을 개인의 체험을 통해 추적한 독특한 형식의 글이다. 공간의 구조와 과거의 흔적, 관리 형태와 같은 요소들이 어떻게 인간의 감정과 소통 구조에 연동되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오랫동안 실제적인 조사와 고민을 한 흔적이 보이는 글이다. 글의 후반부에서 글쓴이의 주관적인 느낌이 논지에 잘 정착되지 못한 약점도 있지만, 진정성을 보여주는 글이라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아쉽게도 수상하지 못했지만 심사위원들 사이에서 토론되었던 작품 중 <착한 음식을 통한 인간 상호 소통의 시작>은 한국 사회를 아우르는 따뜻한 시선이 돋보이는 글이다. 글의 바탕을 이루는 소재, 필자의 체험도 참신해서 인제청년상의 주제에 부합하는 논지를 전개하는 방식을 잘 보여주었다. 하지만 사회적 단절과 격리, 소통부재를 보여주는 여러 사회적 현실들을 어떻게 음식이라는 주제와 연결시키는지 조금 더 진지한 노력이 글 안에 녹아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논리적 연결점을 생각하지 않은 채 지나치게 세분해서 병렬해 놓은 단락들이 전체 메시지 전달력을 반감시킨 아쉬움이 있다.

심사위원들이 주목했던 다른 작품으로 <노사간 사회적 대화의 촉진조건과 국가의 역할 - 프랑스, 스웨덴, 독일의 경험을 바탕으로>를 들 수 있다. 노사간 사회적 대화는 다소 진부한 소재로 보일 수 있지만, 각 국의 통계자료와 이해당사자들의 인터뷰 내용들을 적절히 활용해서 상당한 수준의 완성도와 진부하지 않은 결론을 보여주었다. 학술적으로 잘 입증된 결론에 덧붙여 이런 종류의 통찰이 어떤 의미에서 인제청년상의 취지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설명까지 제시되었다면,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했을 것이다. 학술적 글쓰기 형식은 보통 정확하지만 메마른 통찰을 제공하고, 인제청년상은 그러한 통찰을 글쓴이가 어떤 관심과 열정으로 안아 들이고 있는지도 읽을 수 있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청년 여러분의 치열한 도전에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우리는 인제청년상을 통해 아직 투박하지만 진지하게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자기의 목소리를 만들어볼 것을 진심으로 권유한다. 지금 당장은 멀리 퍼져 가지 못해도 진실된 목소리는 내가 누구인지 물을 때마다 인제청년상에 도전하면서 이 목소리를 가지게 된 사람이라고 대답해 줄 것이다. 누가 알겠는가, 혹시 그 목소리에 감탄하고 공감하는 사람이 나오게 될지? 오직 도전하는 자만이 그 희망을 품을 수 있다.

제3회 인제청년상 심사위원회